신장은 노폐물을 제거하고 수분 및 전해질의 균형을 맞춰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다. 이런 신장이 당뇨병, 고혈압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을 입으면 신장의 기능이 저하되며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요독 증상, 부종, 피로감, 수면장애 등이 대표적이다.신기능 저하가 계속되어 정상에 비해 10~15% 미만으로 감소하면 말기 신부전으로 발전한다. 말기신부전은 ‘신 대체 요법’을 받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다. 신 대체 요법이란 정상적인 신장의 기능을 대체하는 요법으로, 투석과 신장 이식이 이에 속한다. 투석의 경우 혈액 투석과 복막 투석으로 나뉜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치료…‘신장 이식’신 대체 요법 중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으로는 ‘신장 이식’이 인정받고 있다. 투석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 삶의 질이 높고, 신장 이식을 통해 신장 기능이 회복되면 각종 합병증의 발생 위험 역시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나 이식대기자에 비해 기증자 수가 적다는 문제점이 있다.또 하나의 문제를 꼽자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식된 심장이 우리 몸의 면역체계로부터 공격받지 않게 하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면역억제제는 감염이나 암, 당뇨병, 신독성, 고지혈증 등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여 환자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러한 이유로 신장이식 환자에서 면역억제제를 소량 혹은 복용하지 않더라도 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 즉 ‘면역 관용’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적절하게 감시하면 면역억제제를 감량하거나 중단하여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러한 면역 관용을 보이는 환자는 극히 드문 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면역 관용을 보이는 환자의 면역세포 및 유전체 특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면역억제제 중단해도 건강한 유전자 특징 규명돼최근 국내 연구진은 신장이식 이후 면역억제제를 중단해도 건강한 사람들의 유전자 특징을 규명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오은지 연구팀은 면역관용 환자 4명의 혈액 검체를 단일세포 분석법으로 연구한 결과, 면역관용 환자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 혹은 거부반응 발생 환자와 면역 세포 분포와 유전자 발현 양상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면역세포인 미성숙 b세포와 조절 t세포가 면역관용 환자에서 증가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가 분석한 결과 면역관용 환자의 b세포에서 면역반응과 연관된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되어 있는 것도 함께 확인했다. 또 면역관용 환자의 조절 t세포에서 ccr6 유전자 발현이 증가되어 있음을 확인했는데. 이는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효과 t세포를 억제하는 기능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결과들은 면역관용 환자의 면역세포에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쪽으로의 유전자 발현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기존 연구에서 주목받던 b세포와 t세포 외에도 nk 세포와 nkt 세포가 면역관용 환자에서 증가되어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선천면역세포 또한 면역관용에 기여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공동 책임연구자인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는 “향후 진료 현장에서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의 혈액검사로 면역억제제를 중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면역유전학회 공식 학술지(hla immune response genetics) 정식게재에 앞서 온라인 4월호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