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심평원 평가 고혈압 및 당뇨병관리 양호 내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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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안전하게 등산하려면?..."무리한 코스 피하고 혈당 변화 살펴야"
당뇨병 환자에게 등산은 훌륭한 유산소 운동이지만,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장시간 고강도로 이어지는 산행은 급격한 저혈당이나 당뇨병성 족부병증을 유발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산행 중 발생하는 저혈당을 방치하면 뇌 기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험한 산세에서 의식을 잃을 경우 낙상이나 골절 등 치명적인 2차 사고로 직결될 수 있어 각별한 대비가 요구된다.
내과 전문의 정창호 원장(속편한내과의원)은 "당뇨 환자가 등산을 할 경우, 처음부터 너무 긴 거리의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보다 천천히 강도나 시간을 늘려가면서 혈당 추세를 확인하고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출발 전 약제 조절부터 비상식량 지참까지 안전한 산행을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당뇨 환자가 등산할 때 직면할 수 있는 위험성부터 안전한 산행을 위한 필수 점검 사항까지 짚어본다.
고강도 운동 시 혈당 급감 위험 커져...초기 증상 살펴야
혈당은 신체 활동을 유지하는 핵심 에너지원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은 운동 중에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정상인은 운동 시 혈중 인슐린 농도가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간에서 포도당을 방출하는 반조절호르몬(글루카곤, 카테콜아민 등)이 증가해 혈당이 안정적으로 조절된다.
반면, 당뇨 환자는 체내 혈당 조절 기전이 다르게 작동해 등산과 같은 고강도 활동 시 저혈당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투여된 인슐린의 작용이 운동 중에도 자동으로 줄어들지 않는 데다, 운동 자체가 인슐린 민감도를 높여 혈당이 평소보다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창호 원장은 "등산처럼 장시간 중고강도 운동을 하게 될 경우에는 근육 내 글리코겐도 고갈되어 운동 후에도 최대 24시간까지 저혈당 위험이 지속될 수 있다"며 "산행 중 식은땀, 손 떨림, 강한 배고픔, 어지럼증, 두근거림, 불안, 흥분, 초조함 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저혈당 초기 경고 증상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행 전 혈당 점검은 기본...약제 감량은 주치의와 상의해야
산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저혈당 쇼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꼼꼼한 혈당 점검과 약제 조절이 필요하다. 당뇨 환자라면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개인 측정기로 현재 혈당 수치부터 확인해야 한다. 등산은 포도당 소모가 극심한 활동인 만큼, 출발 시점의 혈당(에너지 잔량)을 미리 파악해 두어야 산행 중 찾아올 수 있는 급격한 혈당 강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권장되는 출발 전 목표 혈당은 100~180mg/dL이다. 만약 측정 결과가 100mg/dL 이하라면, 산행 시작과 동시에 포도당이 소진되며 순식간에 치명적인 저혈당 쇼크에 빠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이때는 반드시 미리 탄수화물을 섭취해 체내 에너지를 보충한 뒤 출발해야 안전하다.
특히 인슐린 사용자는 산행 당일 투여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 정창호 원장은 "활동량이 많은 다리를 피해 주사 부위를 배나 팔로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체내에 들어가는 인슐린 총량을 줄이지 않으면 저혈당을 막기 어렵다"라며 "장시간 운동을 앞두고는 보통 기저 인슐린을 평소의 20~40%, 식사 인슐린은 20~50%가량 줄여서 투여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조언했다.
인슐린이 아닌 '먹는 당뇨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제(설폰요소제 등)는 장시간 운동 시 저혈당을 유발하기 쉬워 당일 복용량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환자가 임의로 투약량을 조절해서는 안 된다. 정 원장은 "운동 기간이나 강도에 따라 인슐린과 당뇨약의 필요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감량 폭을 임의로 결정하지 말고 반드시 사전에 주치의와 상의해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탕·음료수 등 비상식량 필수..."의식 잃었을 땐 억지로 먹이지 마세요"
산행 중 체력 소모에 대비한 비상식량 구비와 올바른 수분 보충도 필수적이다. 저혈당 예방을 위해서는 사탕, 젤리, 꿀스틱, 음료수 등 휴대하기 편하고 체내 흡수가 빠른 식품을 준비해야 한다.
정창호 원장은 "일반적으로 1회 저혈당 교정에 사용하는 탄수화물은 15g으로, 등산 시에는 최소 3~4회분 이상 준비할 것을 권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운동하는 와중에도 에너지를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운동 시간이 길어질 예정이라면 1시간에 30~40g 이상의 탄수화물 당분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분은 1시간당 400~800mL 정도 보충하되, 한 번에 많이 마시기보다 10~15분마다 나누어 마시는 것이 좋다. 장시간 등산 시에는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병행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약 환자가 의식을 잃는 위급 상황이 발생했다면, 기도 흡인의 위험이 있으므로 음식이나 음료를 억지로 먹여서는 안 된다. 정 원장은 "119에 신고 후 환자를 옆으로 눕히고, 글루카곤이나 바크시미 같은 저혈당 대처 약품이 있다면 사용해 보는 것이 좋다"며 "등산 동반자가 당뇨가 있다면 항상 저혈당 가능성을 고려해서 미리 휴식을 취하고 의식을 잃기 전에 적절한 당분 섭취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왕복 2~4시간의 완만한 코스 권장...신발 사이즈는 여유 있게
당뇨 환자는 처음부터 무리한 코스를 선택하기보다 왕복 2~4시간 이내의 안전하고 완만한 탐방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보행 강도는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 부르기는 어려운 정도의 중등도 유산소 수준이 적당하다. 무엇보다 족부 손상 예방이 중요하다. 정창호 원장은 "당뇨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합병증 중 하나가 당뇨병성 족부병증으로, 작은 물집 하나가 심각한 궤양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산화는 5~10mm 정도 큰 사이즈로 약간 여유 있게 신는 것이 좋다. 양말은 중간 이상으로 쿠션이 잘 갖춰진 제품을 선택하고, 산행 전 발에 상처나 물집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발톱도 너무 길지 않게 정리할 것을 권한다.
하산할 때는 천천히, 보폭을 작게 하고, 상체를 약간 앞으로 기울인 상태에서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것이 안전하다. 정 원장은 "등산 스틱을 사용하면 무릎에도 부담을 많이 줄여줄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밤중에 찾아오는 '지연성 저혈당' 주의...단백질 충분히 섭취해야
산행을 마친 후에도 체내 혈당 변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 시간이 지나 밤중에 찾아오는 '지연성 저혈당'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산 직후의 식단 관리와 취침 전 혈당 점검이 권장된다.
우선 하산 후 식사 시에는 단순 당을 피하고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좋다. 정창호 원장은 "단순 당만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한 후 다시 급락해 저혈당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혈당을 천천히 상승시키는 단백질류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면 중 야간 저혈당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취침 전 혈당을 평소보다 약간 높은 120~180mg/dL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 원장은 "지연성 저혈당은 주로 밤중에 발생하므로, 운동 강도가 높았던 날에는 저녁 식사나 취침 전 간식으로 복합 탄수화물 등을 보충해 예방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당뇨 환자의 등산은 산행 전 혈당 점검과 약물 조절부터 산행 후 지연성 저혈당 예방까지 종합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무리 없는 코스 선택과 하산 후 세심한 사후 관리가 동반될 때 비로소 안전한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