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소화기내시경 전문의 박낙순 원장| 대장용종 위험성, 크기·모양에 따라 천차만별| 대장용종 발견율을 높이려면 환자·의료진 모두의 노력 필요최근 들어 장 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장 건강이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적, 인지적 건강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다. 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장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례로 최근 흰강낭콩이 장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끈 바 있다.저지방식이, 운동, 금주 등 장 건강에 좋은 요소로 다양한 것들이 언급되는데, 이에 더해 전문가들은 '대장내시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화기내시경 전문의 박낙순 원장(늘좋은내과)은 "대장내시경은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물론, 암의 씨앗이 되는 용종을 발견·제거할 수 있는 검사법"이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맞는 주기로 검사를 받을 시 대장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이 같은 효과를 위해서는 용종의 발견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장내시경 검사의 중요성부터, 대장용종의 발견율을 높이는 방법까지. 박낙순 원장과 함께 자세히 짚어봤다.
q. 건강검진서 우연히 대장용종을 발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장용종, 왜 생기는 건가요?대장용종이란 대장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혹이 되어 장의 안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대장용종, 나아가 대장암 위험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환경적 요인으로는 고(高)지방식, 운동부족, 음주, 흡연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위험요인이 없더라도 나이가 들면 용종이 생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50대 이상에서 선별 검사를 통한 대장용종 제거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q. 대장내시경 검사를 번거롭게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분변잠혈검사만 해도 용종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국가암검진의 하나로, 50세 이상은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대변 내 숨겨진 혈액을 찾아내는 비침습적인 검사법으로, 소화기계 출혈이나 대장암 조기발견을 위해 시행합니다.대장 내에 용종이나 암, 염증성 질환이 있는 경우 병변에서 출혈이 생깁니다. 대량의 출혈이 있는 경우 눈으로 변에 혈액이 섞여 나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요. 소량의 출혈이 발생한 경우에는 육안으로 관찰이 불가능합니다. 이때, 분변잠혈검사를 하면 소량의 혈액으로도 이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용종이나 암, 염증성 질환이 있어도 병변에서 매번 출혈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 병이 있어도 분변잠혈검사에서는 정상(위음성)으로 나오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 용종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검사법이 필요합니다. 50대 이상에서 많이 진행하는 ‘대장내시경’이 바로 그것입니다.
q. 내시경 검사서 용종이 발견됐을 때, 그 크기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합니다.용종의 크기와 위험도는 서로 비례합니다. 용종이 클수록 대장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죠. 크기가 1cm보다 작은 선종의 경우 악성일 확률이 1% 정도 수준이나, 2cm보다 크면 그 확률이 약 45%까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보통 0.5cm 이하의 작은 용종이 1cm 크기의 용종이 되는데 2~3년, 1cm 이상의 용종에서 대장암으로 진행하는데 2~5년 걸린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용종이 커지고, 대장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내시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용종의 모양에 따라서도 위험도가 달라지는지 궁금합니다.대장용종은 조직소견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용종으로는 선종이 있습니다. 선종은 반드시 용종 절제술을 받아야 하는 용종 중 하나인데요. ‘정상 대장 점막→점막 세포 변성→저도선종→고도선종→국소적 대장암 발생→침윤성 및 전이성 암’의 과정을 거치는 중요한 암의 전단계라서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선종을 흔히 ‘대장암의 씨앗’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최근에는 톱니모양 용종도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톱니모양 용종은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편평한 형태에 정상 점막과 비슷한 색을 띠는 경우가 많아 발견이 어려운 편이지만, 발견될 시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또한, 대장 점막 밑에서 종양이 자라 점막으로 돌출하는 대장 상피하 종양 중 ‘유암종’은 암과 같이 증식과 전이를 하는 종양으로, 이 역시 발견 시 제거해야 합니다.이 외에도 대장용종은 과형성 용종, 과오종, 그리고 염증성 용종 등으로 다양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증상을 유발하지 않으며 대장암으로 발전하지 않아 굳이 제거할 필요는 없는데요. 다만, 내시경 검사 시 선종성 용종과 잘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발견 시 제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대장용종의 발견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환자?의료진 모두의 노력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대장용종 발견율을 높이려면 우선, 장 청소가 깨끗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검자는 검사 전 음식을 조절하고, 검사 전날이나 검사 당일 장을 씻어내는 ‘장 세척제’를 복용법에 따라 잘 복용해야 합니다. 특히, 장 세척제의 경우 복용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면 세심한 점막 관찰이 어려워지는데요. 이 경우 선종을 포함한 대장 병변의 진단율이 떨어지기에 검사를 취소하거나 재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내시경을 하는 의사의 숙련도와 경험입니다. 대장용종의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요. △선종발견율(50세 이상 남성 25% 이상, 50세 이상 여성 15% 이상)이 적절해야 하고 △맹장 삽입 성공률이 95% 이상이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관찰시간이 6분 이상이어야 합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기 전에는 이상의 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q. 마지막으로 대장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을 짚어주신다면?용종을 절제했다면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대장내시경 검사 시기를 정해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정 검사 주기의 경우 용종의 종류, 크기, 개수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문의와 상의 후, 자신에게 맞는 주기에 빠트리지 말고 검사를 받아 장 건강을 점검하시길 바랍니다.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지방질의 섭취를 줄이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장용종의 위험인자로 꼽히는 비만, 음주, 흡연, 운동 부족 등을 개선해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또 최근에는 대장암이 있거나 전암성 용종을 제거한 환자들이 흰강낭콩을 많이 섭취하면 장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는데요.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 센터 캐리 대니얼-맥두걸(carrie daniel-macdougall) 교수팀이 발표한 해당 연구를 살펴보면, 주 5회 이상 흰강낭콩을 섭취하게 한 결과 암 예방 및 치료 결과 개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피칼리박테리아, 유박테리아, 비피도박테리아 등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참고하여 대장 건강에 도움 되는 식품을 챙겨 먹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