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홈으로_ 커뮤니티_ 칼럼

제목

'닥터 차정숙'이 쏘아올린 논란, 크론병은 정말 '못된 유전병'일까?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7회에서 크론병 환자 이야기가 다뤄졌다. 극중 크론병 환자의 여자친구 부모님은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을 할 수 있나. 내 딸 인생을 망쳐도 분수가 있지"라며 "이 병도 유전이 된다면서, 이 결혼 포기해줘"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해당 내용이 방영되자 크론병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시청자의 민원이 다수 접수됐고, 제작진은 "의학 전문지식이 없는 등장인물이 환자를 몰아세울 의도로 발언한 대사가 특정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라며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런데 정말 크론병은 유전되는 못된 병일까?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7회에서 크론병을 '못된 유전병'으로 표현해 논란을 일으켰다ㅣ출처: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방송 화면

점점 증가하는 크론병 환자…유전+환경 요인 커크론병은 주로 젊은 사람에서 나타나는 위장관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식도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 중 어느 부분에서도 생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1932년 크론이라는 의사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크론병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크론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 내에서 여러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유전과 환경 요인이 복합적 원인으로 추정된다. 유전적으로 크론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에서 특정 환경에 노출되어 장에 만성 염증이 야기되어 크론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연구에서 크론병 환자 가족은 병에 걸릴 위험이 최대 10배까지 증가한다고 보고됐으나, 가족의 유전적 특징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유전적 요인 외에도 생활환경, 비정상적인 면역계 반응, 장내 세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유전질환이라 단정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자신이 크론병 환자라도 자녀에게 크론병이 생길 확률은 높지 않다. 애초에 크론병 자체가 희귀질환에 속한다.다만, 최근 들어 크론병 환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았지만, 고기와 패스트푸드 섭취량이 증가하는 등 식습관이 서구화되며 장내세균총이 변화한 것이 그 원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크론병 환자 수는 2만 231명에서 2021년 2만 8,720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별 발생률은 10대와 20대에서 가장 높고, 성별로 보면 10~29세, 여성에서는 10~19세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다. 2021년에는 20대 환자가 전체의 약 31%(8,931명)를, 30대 환자가 약 24%(6,754명)를 차지했다.  

크론병의 주증상은 설사와 복통이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설사, 복통 심하면 크론병 신호일수도크론병의 주 증상은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식욕 부진 등이며,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전형적인 만성질환의 모습을 보인다. 소화관에서 발생하는 협착, 천공, 농양, 누공 등의 합병증으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위장관 증상 외에도 △발열 △빈혈 △관절염 △피부질환 △안과질환 △영양실조 △치루 등의 전신 증상과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고, 환자에 따라 증상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관절염 △피부 발진 △두통 △안구통 △포도막염 △간 기능 이상 등 장 이 외의 부위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복통과 설사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이와 같은 주요 증상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 장염, 대장암 등 다른 질병의 증상과 유사하여 크론병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한 종류의 검사 결과만으로 진단할 수 없어 임상증상, 내시경, 초음파, ct 촬영 등 다양한 검사도 필요하다. 크론병은 발생 원인이 하나로 좁혀지지 않는 만큼 확실한 예방법이 없다. 완치가 아닌 증상 완화와 관해 유지를 목표로 치료해야 한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복용 중인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며, 증상이 악화됐다고 무분별하게 진통제나 지사제를 복용하면 질병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꾸준히 관리·치료하면 정상생활 가능만성질환인 크론병의 증상을 호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식습관,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제당류, 지방산, 인공감미료가 많은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고, 대신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좋다. 장을 자극하는 술이나 커피는 되도록이면 피해야 한다. 하이닥 내과 상담의사 서창진 원장(건강드림내과의원)은 "크론병은 평생 유지 치료가 필요한 만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질환의 악화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크론병은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라며 "규칙적인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하고, 특히 흡연은 크론병의 발생을 촉진하고 수술 후 재발률이 높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라며 금연을 권장했다. 또한 "각종 약제 복용 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감기약 중 nsaids 성분은 크론병의 염증을 더 악화할 수 있기에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서창진 원장 (건강드림내과의원 내과 전문의)